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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변태같이 섬세하고, 찬란하게 아름다우며, 그 나름의 의미를 품은 정물화를 보다가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지금 나의 냉장고에는 그 정물화 중 한 점이 붙어 있다.



©artvee.com


미술관에서 주로 나의 시선을 한참 붙잡는 작품은 풍경화나 인물화도 아닌 정물화다. 제법 오래전부터 그랬다. 왜 굳이 정물화가 좋은지에 대해서도 가만히 생각해 봤다. 어린 시절 처음으로 경험했던 미술학원이 특이하게도 정물화를 모작하는 걸 첫 수업으로 진행했었고, 그게 너무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사과를 붉은색 물감만 쓰는 게 아니고,꽁머니사이트
빛에 따라 초록도 노랑도 갈색도 쓰면서 표현하는 게 어린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모양이다. 이후에도 학교에서 미술 시간에 정물화를 그려야 할 때마다 최고의 집중력을 보였었고, 훗날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홍대 미대에서 '드로잉 실습' 수업을 듣기도 했다. 말이 길어졌지만, 결국엔 그냥 좋다는 이야기다. 좋아하는 데 큰 이유가 없을 수도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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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프랑스 파리로 입국해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국하는 일정의 여행을 했던 적이 있다. 한정적인 시간에 괜히 두 도시를 다 보려고 욕심을 내다 보니,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고민을 거듭하다 암스테르담에서 고른 단 하나의 뮤지엄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ksmuseum)'이었다. 남들 다 가는 반 고흐 황금성먹튀
미술관을 포기하고 국립미술관을 고른 건 순전히 네덜란드식 정물화 때문이었다(수많은 관람객이 환호하는 렘브란트 불멸의 걸작, '야경(1642년)'을 보다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은 것을 조금은 후회한다). 화려한 색채의 풍성한 꽃들, 실제의 질감이 느껴질 것만 같은 사물들, 빛의 각도에 따라 세밀한 차이점을 꼼꼼하게도 표현한, 굳이 표현해 보자면 변태같이 디테일뽀빠이 릴게임
한 장면들이 담긴 정물화들을 잔뜩 감상할 절호의 기회였다.



정물이 주인공인 정물화의 탄생지를 네덜란드라고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인물화의 소품이나, 역사 속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닌, 정물 그 자체가 캔버스를 가득 채운 그림이 나타난 건, 17세기 네덜란드디지탈아리아 주식
에서였다. 움직이지 않는, 생명이 없는 물건을 그린 것이라는 '정물화'라는 용어 자체도 18세기 네덜란드의 미술사학자 '아놀드 후브라켄(Arnold houbraken)'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하필이면 정물화가 네덜란드에서 발전하게 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먼저 17세기는 네덜란드의 황금 시기로 통한다. 부유해진 중산층과 상인들의 예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으레 그렇듯 자신들의 부와 사회적 지위를 상징할 수 있는 작품을 원하게 되었고 값비싼 사물을 멋들어지게 그려 넣은 정물화가 그 수요에 맞아떨어진 것이다.
또한 당시의 종교도 정물화 유행에 한몫을 차지한다. 당시 네덜란드는 종교 개혁으로 인해 '칼뱅교(Calvinism)'가 나라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에 따라 세상의 일상적인 것에서도 종교적인 메시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단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는 그림을 통해 표현되기도 했다. 정물화 속에 등장하는 사물 하나하나가 별도의 의미를 상징하게 된 것이다. '바니타스(Vanitas)'라고도 불리는 이 정물화 장르는, 그림 속에 이를테면 죽음을 상징하는 두개골, 짧고 한정된 인생을 상징하는 모래시계, 인생의 간결함과 덧없음을 상징하는 악기 등 상징물 그려 넣어 인생무상을 표현하곤 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다 모른다고 하더라도, 네덜란드의 정물화는 있는 그대로 그냥 멋지다. 눈을 뗄 수가 없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그려 낼 수 있을까 싶은 그 섬세한 표현을 두 눈으로 천천히 따라 훑으며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꽃을 좋아하는 나는 독특한 색감을 지닌 튤립이 풍성하게 그려진 '한스 블롱기에르(Hans Bollongier)'의 '꽃이 있는 정물화(1639년)' 작품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네덜란드의 상징이자 '튤립 열풍'의 교훈으로 투기와 탐욕의 위험성을 일깨우는 바로 그 꽃, 튤립과 더불어 '인간의 기만과 죄'를 상징하는 도마뱀, '원죄를 지고 태어난 인간'을 표현한 달팽이 등이 함께 그려져 있다. 아트숍에 가니 나를 그토록 붙들던 작품이 마그넷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마치 운명처럼, 그래 이건 사야지. 그렇게 데려온 나의 정물화는 냉장고 한편을 차지하고, 여전히 이따금 나의 눈길을 끈다. 물론 원작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정물화가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는 사실에 종종 뿌듯해한다.
*김나영 작가의 맥시멀리스트 여행 여행이 일의 한 부분이던 시절, 다채로운 도시들을 탐험하며 부지런히 작은 물건들을 사 모았다. 같은 종류만 고집하며 모았으면 나름의 컬렉션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후회를 거듭하면서도 여전히 홀딱 반한 물건들을 수집하는, 사물 한정 금사빠의 사는(Buy) 이야기.
글·사진 김나영 에디터 강화송 기자